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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내가 원한다 (역사문화학과_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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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그램 소개와 참여동기

나는 작년 2학기때 국경없는 의사회 특강을 들었다. 나는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여러 비영리기관을 후원하고 있는데, 그 중 국경없는 의사회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과 "극심한 위험을 무릅쓰는" 활동의 방향을 인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때마침 국경없는 이사회 소속의 의사로 활동중이신 활동가님의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해당 비교과를 신청했다.

먼저, 국경없는 이사회는 공정한 운영을 위해 특정 정치적 집단이나 소속의 거대한 후원은 받지 않고, 오로지 개인에 의한 소규모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정치적 색채를 띄는 의료구호기관들과 다르게, 여러 나라에 방문할 수 있고, 동시에 상황도 열악하며 소속 활동가들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현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교육시켜 지역 경제와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서 신뢰받는 의료구호단체로 꼽히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나의 능력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이들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해두었다.

활동가님은 아주대학교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비정기적으로 국경없는 이사회 소속의 의사로 남수단에 의료봉사를 하러 가신다고 하셨다. 국경없는 이사회의 현지팀은 여러 국적의 의료 활동가(공공보건의, 의사, 약사, 간호사, 조산사 등)과 비의료 활동가(건축가, 통역사 등)이 한 팀이 되어 일하는 구조이다. 활동가의 활동 지역과 기간은 파견 직전까지 알 수 없으며, 활동 지역의 경우 굉장히 열악한 환경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병원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을 엑스레이 기계도 작년에 처음 (의료캠프에) 들어왔으며, 수술실에 파리가 날라다녀 직접 파리채로 파리를 잡으러 다닌다거나, 전기 부족으로 엑스레이와 모든 차트는 수기로 작성된다는 것이다. 


2.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느낀 점

(1) "원한다"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느낀 점은 "적당한 타협"과 "이타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현지 시설은 상황이 매우 열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보기 위해 위생은 적당히 타협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위해서라면, 보건 수칙의 가장 중요한 철칙인, "멸균 위생"을 적당히 무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 주사기가 부족하자 보통이라면 철칙에 어긋나는 주사기 재사용을 어쩔 수 없이 행한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을 들으면서, 때로는 완전무결한 원칙이 아니라 적당한 유연성과 현실과의 타협이 결국은 올바른 일로 이끌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내가"

또한, 비교과의 키워드 중 하나는 이타심이었다. 나는 국경없는 의사회 비교과를 듣기 까지만 해도, 활동가들을 이타심에서 비롯된 도덕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눈에는, 먼 타지까지 가서 생판 모르는 남을 돕기로 하는 것 자체가 타인을 위한 뛰어난 봉사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가님은 활동 내내 "봉사정신의 위험성"을 강조하셨다. 그 말인 즉슨, 내가 누군가를 보살핀다, 무언가를 행한다, 위에서 아래로의 행동을 취한다 라는 측면의 시혜적 봉사로는, 국경없는 의사회 일은 금방 지치고 보람없는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봉사정신보다는, 내가 기꺼이 오지를 다니고, 자가 발전기로 전기를 돌리고, 모기와 뱀 등이 우글우글한 이 곳에서의 의료생활을 내가 좋아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서 선택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모든 목표들이 진정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선택했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누군가는 결국 해야하는 일이니까, 내가 기꺼이 희생하여 라는 말로 내가 나의 진실된 목표와 목적을 숨기고, 모르고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세운 목표들 중 대체 몇개만이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고 원해서 실천하는 것이었을까라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3) "더 나은 세상을"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 의사회의 기본 가치관인 "어떻게든 되게 한다(Team Spirit)"을 보며 협동에 대한 가치를 배우게 되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환자 수에 비해 의료인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12개의 침상을 2명의 간호사가 보기도 하고, 외과의가 소아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인력과 국경없는 이사회와 협약을 맺은 전문의들과의 위성 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황에 대한 조언, 협진을 주고 받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 협력한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부실한 의료 환경에 혀를 차기도 하고, 전문성, 국가, 인종을 넘어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어떻게든 그를 소생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 의사회 의료 활동 현장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의사와 가족의 곁을 떠난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 기술과 환경이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봐야하는 일도 잦다. 물을 마시지 못해 극심한 탈수로 피부가 갈라지거나, 엽산을 먹지 못해 태어난 아이들의 등에 혹이 나 결국은 사망하는, 의료 교과서의 깨알같은 글씨로 등장하는 문구들이 이곳에서는 매우 흔하다고 한다.

의사가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있다면, 살리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활동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망한 환자를 두고 옆 병동의 환자를 보러 가야 하는 일이라고 활동가님은 설명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며, 과거는 과거대로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해져야 하는 것은 행해져야하기 때문이다. 

비교과를 모두 듣고 나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국경없는 의사회에 몸 담겠다는 나의 얄팍한 작은 목표는 접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돕고 비영리기관에 다달이 후원하는 나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나는 원하기 때문이다.


3. 프로그램 추천 이유

#국제개발 #사회복지 #공공의료 #비영리기구 #인성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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